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을 보면 서로 다른 장면이 겹친다. 중국 업체들은 구매할 수 있는 제품과 수천 대 단위의 판매 실적을 제시한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를 자동차 제조 현장에 연결하고 있다. 국내 로봇 기업들은 연구용 플랫폼과 구동 부품을 통해 시장에 참여한다.
이 경쟁에서 누가 앞서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세 가지를 나눠야 한다. 로봇을 얼마나 만들어 팔았는지, 실제 작업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고객에게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 주는지다. 판매량이 많다고 모든 작업에서 기술이 우월한 것은 아니지만,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하며 쌓는 경험 역시 경쟁력이다.
2026년 9월 공개자료에서 중국 주요 업체들은 보급과 판매 측면의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이 도전하는 지점은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과 플랫폼·부품 사업이다. 이 둘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살펴보면, 화려한 시연 영상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가 드러난다.
① 중국은 이미 ‘판매하는 로봇’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유니트리는 2026년 1월 발표에서 2025년 휴머노이드 실제 출하량이 5,500대를 넘었고, 생산량은 6,500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출하량은 주문을 받은 수량이 아니라 최종 고객에게 판매하고 인도한 수량이다. 회사는 이 집계에서 바퀴형 양팔 로봇과 다른 종류의 로봇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의 의미는 로봇이 연구실과 전시장을 넘어 실제 구매자에게 공급되고 있다는 데 있다. 다만 구매 목적과 사용 현장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연구·교육·시연을 위한 판매도 시장이지만, 이를 전부 공장에서 사람의 작업을 대신하는 산업용 로봇 판매로 해석할 수는 없다.
상장사인 유비테크의 실적에서도 사업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유비테크는 2026년 상반기 ‘풀사이즈 체화지능 휴머노이드 제품·서비스’ 부문의 판매량을 921대, 매출을 5억 9,030만 위안으로 공시했다. 회사가 설명한 이 사업의 제품군에는 바퀴형과 상업·교육·연구용 로봇도 있다. 다만 공시는 921대의 모델별 판매 구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산업용 이족보행 로봇 921대의 판매 실적으로 해석하거나, 집계 범위가 다른 유니트리 출하량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두 자료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중국 주요 기업들은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판매와 서비스 매출을 쌓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판매 기반은 이후 기술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구매자가 늘면 개발 도구와 응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다양한 사용 환경에서 개선 요구가 생긴다. 이런 경험이 제품 개선과 후속 구매로 연결된다면 먼저 형성한 시장이 다음 경쟁의 기반이 된다.
② 유니트리의 낮은 가격은 무엇을 포함하나
유니트리 G1의 공식 기본형 가격은 1만 3,500달러다. 다만 세금과 배송비가 제외된 가격이며, 개발자를 위한 G1 EDU는 별도 견적이다. 같은 G1이라는 이름을 사용해도 제품 구성과 개발 지원 범위가 다르다.
| 구분 | G1 기본형 | G1 EDU |
|---|---|---|
| 공식 표시 가격 | 1만 3,500달러 | 별도 견적 |
| 관절 자유도 | 23 | 구성에 따라 23~43 |
| 추가 개발 지원 | 사양표에 지원 표시 없음 | 지원 |
| 정교한 손·추가 연산 모듈 | EDU와 구성 차이 | 선택 구성 가능 |
공식 제품 페이지 기준. 기본형 가격은 세금·배송비를 제외하며, 실제 기능은 선택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이 차이는 구매 이후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연결된다. 연구자가 동작을 직접 개발하려면 제어 기능과 개발 도구가 필요하다. 공장에서 물체를 다루려면 작업에 맞는 손, 인식 기능, 소프트웨어와 설비 연동도 필요하다.
따라서 로봇 본체의 시작 가격과 특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구축한 시스템의 가격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저렴한 본체를 구입한 뒤 개발·통합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고, 초기 가격이 높더라도 필요한 기능과 지원을 함께 제공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낮은 가격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면 더 많은 연구자와 기업이 실험을 시작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의 가격 전략은 완성된 산업용 노동력을 싸게 공급한다는 주장과 별개로, 로봇을 접하고 개발하는 시장을 넓히는 경쟁 수단이 될 수 있다.
③ 아틀라스는 공장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나
아틀라스는 현대차그룹 계열의 미국 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로봇이다. 한국 기업의 로봇 사업을 살펴볼 때 중요한 축이지만,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기술과 동일하게 묶어 평가할 대상은 아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2026년 1월 제품형 아틀라스를 공개하면서 생산에 착수하고, 현대차그룹의 로봇 응용센터와 구글 딥마인드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율 동작뿐 아니라 원격조종과 태블릿 제어도 지원한다.
공식 사양은 산업 현장에서 어떤 작업을 겨냥하는지 보여준다. 아틀라스의 적재 능력은 순간 최대 50kg, 지속 운반 30kg, 한 손 작업 20kg으로 구분돼 있다. 배터리 사용시간은 일반 조건에서 4시간, 무거운 물체를 다루는 조건에서 2시간이며, 자동 배터리 교체시간은 3분으로 제시한다. 모두 제조사가 발표한 사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대 중량 하나가 아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물체를 어떤 자세로 얼마나 오래 다룰 수 있는지, 배터리가 부족할 때 작업을 어떻게 이어가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무거운 부품을 반복해서 옮기는 업무라면 이런 조건이 실제 작업량을 결정한다.
최근 진전은 제조 현장에서 작업을 학습하는 기반이 가동됐다는 점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9월 21일 현대차그룹 미국 메타플랜트 안에 로봇 응용센터인 RMAC를 열었다고 발표했다. 아틀라스는 자동차 부품을 준비하고 조립 순서에 맞게 배치하는 작업 등을 학습하고 있다.
같은 발표에서 향후 수년에 걸쳐 현대차·기아 글로벌 공장에 아틀라스 2만 5,000대를 배치하고, 미국에 연간 3만 대 생산능력의 공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현재 확인된 것은 응용센터 가동과 훈련이며, 대규모 배치와 생산능력은 앞으로 실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가진 사업상 기회는 로봇을 만들고 시험할 실제 제조 현장을 함께 확보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정 공정에서 작업 방법을 검증하고, 성과가 확인되면 다른 생산라인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다만 그룹 내부에서 사용할 계획이 있다는 것과 외부 고객도 구매할 만큼 경제성이 입증됐다는 것은 각각 확인해야 할 단계다.
④ 중국도 산업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강점을 가격과 판매량만으로 설명하면 산업 현장에서 진행되는 시도를 놓치게 된다.
중국 애지봇은 2026년 6월 롱치어의 난창 공장에서 진행한 6일간의 생산라인 생중계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여러 로봇이 태블릿 생산의 품질검사 구간에 투입됐으며, 64시간 넘게 운영하면서 6만 4,828회의 생산라인 작업을 수행했다.
이는 회사가 발표한 특정 현장의 결과다. 로봇 한 대가 모든 공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다른 공장에서도 같은 성과가 나온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도 실제 생산 환경에서 작업을 검증하고 있다는 사례로는 의미가 있다.
공장에서는 주변 설비와 작업자, 물체 위치와 투입 상태가 계속 달라진다. 정해진 동작을 한 번 성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런 변화 속에서도 필요한 작업을 반복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지점에서 기술 경쟁의 기준도 달라진다. 보행 속도나 관절 수뿐 아니라 작업 성공률, 시간당 처리량, 사람의 개입 빈도, 고장과 복구시간이 중요해진다. 서로 다른 업체가 발표한 성공률도 작업의 난도와 성공 판정 기준이 같아야 비교할 수 있다.
현재 살펴본 공개자료에는 한국과 중국의 주요 제품을 같은 작업·조건에서 평가한 공통 성적표가 없다. 따라서 산업용 기술의 종합 승자를 정하기보다는, 어떤 업무에서 검증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지를 따라가는 편이 정확하다.
⑤ 국내 기업의 기회는 완성 로봇에만 있지 않다
국내 기업을 아틀라스 하나로 대표시키면 다른 사업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 로봇을 개발하는 플랫폼, 관절을 움직이는 부품, 현장에 적용하는 시스템은 서로 다른 시장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RB-Y1은 바퀴로 이동하는 양팔 로봇 플랫폼이다. 회사는 이를 특정 작업이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조작·이동·인식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개발하고 검증하는 연구용 플랫폼으로 설명한다. SDK를 제공하고 원격조종, 동작 학습, 전신 제어 연구 등에 활용하도록 구성돼 있다.
이 제품은 이족보행 로봇과 같은 기준으로 판매량이나 성능을 비교할 대상은 아니다. 대신 로봇의 동작과 AI를 개발하려는 고객에게 하드웨어와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시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개발자가 쓰고, 필요한 실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로보티즈 역시 플랫폼과 구동 기술을 연결하고 있다. 회사는 2026년 9월 유로보틱스와의 협력을 소개하며, AI Sapiens K1을 바탕으로 보행 지능과 로봇 하드웨어를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시제품 개발과 실제 환경 검증은 이후 추진할 단계로 제시했다.
현대모비스는 부품 공급 경로에 해당한다. 회사는 2026년 1월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협력해 아틀라스 양산 시점에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액추에이터는 제어 신호를 받아 로봇 관절의 움직임을 만드는 구동장치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의 설계·품질관리·양산 경험을 로봇 부품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세 경로에서 실적을 확인할 지표도 달라진다. 플랫폼 업체는 고객과 판매가 늘어나는지, 부품 업체는 실제 공급이 시작되고 물량이 확대되는지, 로봇을 사용하는 제조사는 작업 효율이 개선되는지를 봐야 한다.
로봇 시장의 성장이라는 같은 기대가 모든 기업에 같은 방식으로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⑥ 다음 승부는 ‘얼마나 싸게, 제대로 일하느냐’다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 가격만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구매비 외에도 현장에 맞추는 비용, 작업을 가르치는 시간, 유지보수와 사람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을 살펴보는 한 가지 방법은 같은 운영기간을 기준으로 다음 관계를 보는 것이다.
작업 한 건당 비용 = 로봇 도입·현장 통합·운영에 들어간 비용 ÷ 정상적으로 완료한 작업량
이는 특정 업체가 발표한 지표가 아니라, 제품 가격과 실제 생산성을 연결해 보기 위한 분석 기준이다.
예를 들어 저렴한 로봇이라도 작업 오류가 잦아 사람이 계속 도와야 한다면 비용 이점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이 높더라도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작업하고 여러 업무에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면 경제성이 달라질 수 있다. 정해진 작업에 기존 자동화 설비가 더 적합한 경우라면 그 대안과도 비교해야 한다.
이 때문에 향후 경쟁을 판단할 자료는 대규모 생산계획만이 아니다. 고객이 시험 도입한 뒤 다시 주문하는지, 같은 고객의 다른 공정으로 적용이 확대되는지, 운영 성과를 고객 측에서도 확인해 주는지가 사업의 지속성을 보여준다.
보급과 판매에서 먼저 확보한 기반을 반복 구매로 연결하는 것, 현장에서 검증한 기술을 여러 고객에게 확장하는 것. 중국 업체와 한국 기업 모두 결국 이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 Editor’s Comment | Perspective
공개자료를 종합하면 중국 주요 업체들의 현재 강점은 구매 가능한 제품과 이미 형성된 판매 기반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실제 공장 적용 사례도 더해지고 있다. 중국을 저가 하드웨어 공급자로만 바라보면 경쟁의 범위를 좁게 보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승부수는 아틀라스를 실제 자동차 제조 환경에서 학습시키고, 검증한 작업을 그룹 생산시설로 확장하는 데 있다. 국내 플랫폼·부품 업체들은 이와 다른 경로로 시장을 넓힐 수 있다. 다만 이런 기회가 사업 성과로 바뀌려면 계획 이후의 공급과 사용이 이어져야 한다.
KSL이 주목하는 것은 판매 확대가 기술과 운영 경험을 축적하고, 그 경험이 다시 고객의 구매로 이어지는가다. 중국 업체들은 넓어진 판매 기반을 산업 현장의 생산성으로 연결해야 하고, 현대차그룹과 국내 기업들은 현장 검증과 개발 역량을 반복 가능한 매출로 연결해야 한다.
휴머노이드 경쟁의 다음 변화는 더 인상적인 동작을 보여주는 순간뿐 아니라, 고객이 로봇을 써본 뒤 추가로 구매하는 순간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그때부터 판매량과 기술 성능, 경제성이 하나의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지 더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 면책 조항 및 출처 안내
출처: 실제 사용한 공개 자료를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자료 확인일은 2026년 9월 23일입니다.
- Unitree, 「Clarification Regarding Unitree’s 2025 Sales Data」, 2026.1.22. 및 G1 공식 제품·사양 안내.
- UBTECH, 「2026년 상반기 실적 발표」, 2026.8.28.
- Boston Dynamics, 「Boston Dynamics Unveils New Atlas Robot to Revolutionize Industry」, 2026.1.5. 및 Atlas 공식 사양서.
- Boston Dynamics, 「Boston Dynamics Opens Robotics Metaplant Application Center to Train Humanoid Robots for Manufacturing Tasks」, 2026.9.21.
- AGIBOT, 「AGIBOT Concludes Six-Day Real Factory Livestream, Signaling Shift from Humanoid Robot Demonstrations to Deployment-Led Validation」, 2026.6.29.
- Rainbow Robotics, RB-Y1 공식 제품 안내.
- ROBOTIS, 「ROBOTIS and Eurobotics Advance Real-World Humanoid Mobility」, 2026.9.3.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AI 로보틱스·SDV 등 글로벌 전문사들과 CES서 손잡았다!」, 2026.1.8.
투자 위험 경고: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KSL이 사실관계와 쟁점을 정리한 정보 제공용 포커스입니다. 본문에 언급된 기업·기관의 계획과 전망은 발표 당시의 판단으로, 실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정 증권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투자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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